【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쫓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고정여 / 경기도 포천 : 디지털 그 기계가 어려워서 사용을 잘 안 하고 있어요.]
기차표를 앱으로 예매하고,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디지털 고도화 시대.
[박대열 / 66세 : 요즘 커피 하나 먹으려고 해도 번거롭기는 한데 어쩔 수 없죠.]
디지털 기술과 함께 우리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흐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
[YTN 보도 : 챗GPT 등 인공지능이 일상 속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의 디지털 신세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됩니다.
[김준영 / 시각장애인 : 사용을 안 하면 그냥 몇십 년이 후퇴되는 기분이거든요. 너무 고립된 것 같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질을 갈라놓는 디지털 격차.
[이준희 /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디지털 기술이 사람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저는 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기술 발전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기술이 발전되면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사회 방향이 바뀌면 좋겠다.]
디지털 세상 속 외딴섬처럼 남겨지는 ‘디지털 취약계층’,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이제 인공지능 기술까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디지털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모두가 이런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윤성훈
네, 고령층과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이 대표적인 디지털 취약계층입니다.
각종 디지털 기술이나 서비스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평등, 다시 말해 디지털 정보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지표에서도 뚜렷이 확인됩니다.
지난해 나온 보고서를 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라고 봤을 때 이들의 수준은 77.5%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엄지민
이런 격차가 일상 속 불편으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윤성훈
네, 특히 디지털취약계층 가운데서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1.4%로 일반 국민과 격차가 가장 컸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역량이 미흡한 어르신들에겐 사회로 나서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VCR - 1 】
84살 안응호 씨.
최근 전 국민에게 지급된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을 받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안응호 / 84세 : 주민센터 바로 갔어요. 그리고 은행에 한 40년 다녔는데 은행에 카드 가져가니까 해주더라고.]
휴대전화로는 몇 분 만에 신청할 수 있지만 안 씨는 직접 찾아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응호 / 84세 :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나보다도 그런 걸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더 번거로운 건, 최근 곳곳에 배치된 키오스크 기계들입니다.
함께 이동한 카페에서 안 씨가 좋아하는 음료, 말차라떼를 주문해 봤습니다.
[안응호 / 84세 :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야,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키오스크 아래쪽 버튼 두 개 가운데 하나를 눌러야 하는데, 안 씨의 손가락은 연신 광고가 떠 있는 제품 사진을 누릅니다.
비교적 순조롭게 주문하나 싶었는데, 복잡한 절차에 손이 멈췄습니다.
[안응호 / 84세 : 못하겠는데?]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카페 직원 : 에스프레소 샷 추가하시는 거 맞으세요? 커피?]
[안응호 / 84세 : 어? 나 안 눌렀는데?]
[카페 직원 : 메뉴 담기 빨간 버튼 눌러주시고. 이거 하나 하셨어요. 그러면 주문하기. 결제하기 누르시고 카드 넣으시면 돼요.]
[취재진 : 다음에 혼자 하시면 하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안응호 / 84세 : 아휴, 안 되죠. 안 되죠.]
디지털 기술이 어르신들의 일상을 가로막는 상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진 : 은행 업무도 휴대전화로 하는데 어렵잖아요?]
[김금식 / 78세 : 근데 요즘은 은행이 많이 없어지더라고. 은행 찾아다녀야지 뭐. 안내하시는 분한테 가서 이것 좀 해달라고 하면 해줘요.]
[취재진 : 요즘 기계화되니까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세요?]
[김금식 / 78세 : 많이 불편해요. 젊은 사람들은 빨리빨리 해버리는데 우리는 못하니까 힘들죠. 그런 게 힘들더라고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도에 맞춰 달리지 못하고 멈춰 서는 건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입니다.
[취재진 : 요새는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은행 업무도 보고 택시도 호출하는데 그런 기능 써보신 적 있어요?]
[변재엽(가명) / 79세 : 나이 들어서 쓸 줄 몰라서 못 써요.]
[취재진 : 그런 건 복잡해서 그러신 거죠?]
[변재엽(가명) / 79세 :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아예 하지를 않아요.]
차근차근 반복해 가르쳐줄 주변인이 없는 데다, 자주 써볼 기회가 적고 잘 쓰지 못해 사용을 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변재엽(가명) / 79세 : 누가 가르쳐줘? 딸이 있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니까 그런 것이 일절, 쉽게 말해서 기회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이러고 사는 거야.]
대담하게 이것저것 눌러보려고 해도, 스마트폰을 통한 피싱 사기 범죄가 늘어나면서 움츠러드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습니다.
[차춘길 / 66세 : 요즘은 휴대전화는 잘못 건드리면 사건 발생하는 거 많으니까 그런 거 의심해서 안 해요.]
삶 곳곳에서, 점점 더 빈번하게 느껴지는 격차,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노인들의 심리적 건강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신혜리 /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 :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사회적 관계망 또한 낮아지면서 사회적 건강도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다차원적인 건강들이 결국엔 고령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러한 기술을 잘 다루지 못할 때 그들의 삶의 질 또한 낮아진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네. 디지털 기술이 누군가에겐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어르신들에겐 오히려 어려움이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비단 고령층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윤성훈
네, 어르신들은 활용 방법을 몰라서 생기는 어려움이지만, 장애인들의 경우엔 최근 등장한 디지털 기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정부가 실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서 장애인 277명 가운데 58%는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전혀 장벽이 없는(배리어프리) 검증받은 무인정보단말기가 466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장애인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VCR - 2 】
지체장애인 김정희 씨, 양팔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제대로 내기 힘듭니다.
발가락 끝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찾아 휴대전화에 적어 낸 뒤, 기계음을 빌려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김정희 / 지체장애인 : 카드사에서 전화로 뭐 본인이냐고 할 때가 있는데 지원사들이 대신 저라고 해서 그 상황을 모면하고 그래요.]
이런 김 씨가 가장 먼저 꼽은 애로사항은 대부분 비대면 판매로 이뤄지는 공연 티켓 예매.
장애인석의 경우, 전화 예매만 가능하게끔 되어 있다 보니 예매 시도조차 할 수 없어, 앱을 통해 일반석을 예매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져 있어 발만 사용해 빠르게 사라지는 좌석을 예매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김정희 / 지체장애인 : 보시다시피 이렇게 되어 있어서 좀 불편해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 씨에게는 키오스크 사용도 난관입니다.
손을 아무리 뻗어도 키가 닿지 않습니다.
[김정희 / 지체장애인 : 키오스크의 경우 어르신이나 발달장애인들은 잘 활용하기가 어렵죠. 그리고 저같이 전동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은 손이 안 닿아서 못 쓰고요.]
디지털 기기가 진화할 때마다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져도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때론 장애인에게 더 가혹한 사회가 돼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김정희 / 지체장애인 : 사회가 비장애인들의 속도와 높이에 맞춰 놔서 저희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같이 살 수 없는 게 속상하고 그래요.]
장애복지관에서 점자 교정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김준영 씨.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이지만 컴퓨터를 상대적으로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김준영 / 시각장애인 : 그 경로를 다 외우고 있어요. 제 컴퓨터가 제 공간이기 때문에 어디에 뭐가 있다를 다 외우고 있어서 그래도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어서 빨리 보이는 것 같습니다. 뭐를 열어야겠다면 바로 열 수 있고 그렇게….]
하지만 익숙한 환경과 기기일 때뿐입니다.
병원, 은행, 영화관 등등 모든 환경에 일일이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을 볼 때면
좌절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김준영 / 시각장애인 : 우리 시각장애인 동료들이 문의를 많이 줘요. 나도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데, 옆에 동료가 챗gpt로 일을 몇 분도 안 돼서 끝내버리는데 자기는 몇 주를 걸려 하는 것을 이 친구는 5분도 안 돼서 끝냈는데 나 지금 너무 충격받아서 배우고 싶다….]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디지털 공존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준영 씨가 인근의 한 병원으로 안내합니다.
진료 등록을 위한 키오스크 화면 앞에 점자를 이용할 수 있는 자판이 있습니다.
자판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안내음이 나옵니다.
[안내음 : 등록번호 8자리 또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입력한 후 확인 버튼을 누르거나….]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이런 장비를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김준영 / 인터뷰 : 제가 처음에 오면 이게 점자 패드가 없었으면 화면 이렇게 누르다가 옆에서 누가 도와주시든가 사람 없으면 나가서 불러야 하거든요. 아니면 간호사 선생님도 안 계시면 저기 다시 1층 가서 데스크를 가야 되는데….]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기능들.
준영 씨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 설치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누구나 진화한 대한민국 사회에 함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라고 강조합니다.
[김준영 / 인터뷰 : 이렇게 말(키오스크 안내 음성)을 해주든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확대를 해주든가 확인할 수 있게끔만 되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거는 너무 당연한 삶의 권리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네, 고령층과 장애인이 겪게 되는 디지털 격차의 문제를 좀 짚어봤는데요. 수도권과 지방의 디지털 격차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요?
▶윤성훈
네, 농어촌 가구의 PC, 스마트폰 보유율은 일반 국민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농어촌 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인구 감소로 대면 행정 서비스나 은행 창구도 줄어들고 있다 보니, 가뜩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농어촌 어르신들의 불편은 더 큽니다.
【 VCR - 3 】
대구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농촌 마을.
60여 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만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지난 7월, 한 주민 집의 에어컨이 고장났는데 수리를 맡기느라 한참 애를 먹었습니다.
서비스 기사를 부르기 위해 AI 안내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의 귀엔 자동 음성 안내 메시지가 너무 빠르고, 버튼 입력도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철희 / 약산마을 이장 : 지금 뭐 전화 그거 전화가 폭주라서 잠시 몇 분 기다리세요. 기다리고 있으면 또 끝나버린다. 몇 번 누르시오. 또 2번 누르시오. 요금은 3번 누르시오. 지금 다 아무도 못 하고….]
휴대전화 앱을 사용할 줄 알면 몇 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행 업무도 직접 방문해야 볼일을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 : 그 휴대전화로 요새 은행 업무 볼 수 있게끔도 돼 있는데, 혹시 하실 줄 아는 분 계세요?]
[성점분 / 약산마을 주민 : 돈 찾고 하는 거 농협에 가서 도장하고 주면 돈 주는데 뭐.]
[취재진 : 휴대전화로 해보신 적 없으세요?]
[성점분 / 약산마을 주민 : 못 한다.]
다행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택시가 있어 오가는 어려움은 없지만, 내에 나가도,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 기계에 난감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임두희 / 약산마을 주민 : 음식 누르는 거 (키오스크 이용) 할 줄 몰라. 해보지도 않았고.]
[취재진 : 기차역 가면 그 역에서 열차표 끊는 것도 요새는 기계로 하게끔 돼 있잖아요?]
[이철희 / 약산마을 이장 : 나이 먹은 사람들 따로 줄이 돼 있다. 우대 나이 많은 사람, 기계로 하는 사람은 젊은 사람들이고.]
디지털 취약층에겐 문화생활도 쉽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가수, 이찬원 씨의 공연 소식을 들어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젊은 세대들도 ‘전쟁’이라 칭하는 ‘티켓팅 전쟁’ 속에서 표를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임두희 / 약산마을 주민 : 가고 싶어도 표도 못 사고 멀기도 멀고 이 촌에서 안 데리고 가면 못 가니까.]
모르면 소외되는, 디지털 격차의 생리에 따라 어르신들은 사회와 경제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때도, 디지털 취약계층은 다른 세대보다 더 큰 불편을 감수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유심 교체를 신청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령자들은 직접 줄을 서야 했던 겁니다.
[YTN 보도 : 해킹을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 온라인 예약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점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은 많았습니다.]
디지털 소외가 점점 더 깊은 외로움과 고립으로 번질 수 있다는 례입니다.
[이준희 /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왜 이렇게 어르신들이 자살을 많이 하시냐 이게 물론 딱 이유 하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도 어쨌든 정말 빨리 발전했는데 이분들이 발전하는 사회에 적응이 안 되시니까. 남들은 다 할 줄 아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외롭고 우울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 엄지민
지금까지 디지털 격차로 생긴 문제점을 소외계층별로 짚어봤는데,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시행되고 있다고요?
▶ 윤성훈
네, 사실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됐던 만큼, 지역 곳곳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등 해법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격차 해소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VCR - 4 】
강의실을 메운 수강생들의 머리가 희끗희끗합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 현장입니다.
[강사 :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올릴 수 있는 그림들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부분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숙지합니다.
근처 강의실에서는 초보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타자 수업이 진행중입니다.
[강사 : 5분이 다 되면 자동으로 이런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동안 자녀들에게 부탁했던 작업이나,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던 기기들을 직접 다뤄보며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는 좋은 토대로 삼을 예정입니다.
[김민자 / 수강생 : 하나하나 이렇게 손 짚어가면서 정신도 집중이 되고 또 재미있어요.]
[김축복 / 수강생 : (가게) 주인하고 대화가 끊어지고 기계에 손을 대면서 주문을 해야 될 때 참 어려웠거든요. 당황스러웠어요. 이제 그것도 몇 번 해보니까 자연스럽거든요.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윤지원 / 서초구청 시니어 정보화 교육 강사 :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해 주세요. 나 이런 거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재밌고 저도 뿌듯한 것 같습니다.]
지자체와 더불어 정부도 이런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과정이 아예 없거나 휴관한 곳도 상당수입니다.
제작진이 교육 프로그램 현황을 조회한 결과, 현재 경기도와 부산광역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200~300여 건.
이와 달리 대전광역시와 대구는 각각 5건, 15건에 그쳤습니다.
특히 세종특별자치시와 충청남도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실생활과 연결된 ‘단계별 교육’, 소외계층 교육이나 기술 개발 등이 시급하지만, 교육 여건부터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실정입니다.
[이준희 /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다른 사람들보다 인지가 많이 떨어지고 학습 속도도 느리신 어르신들은 분명히 같은 교육 받으면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실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이제 학습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을 위한 어떤 제도나 장치가 따로 있으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보유, 인터넷 접속 환경 구축 등 근본적인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과 비소외계층 간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 계층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방향과 속도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신혜리 /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 : 누군가 하나가 남겨지지 않고 모두 다 따라갈 수 있게끔 다소 느리더라도 모든 사람이 함께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튜디오】
▶ 엄지민
아직은 사회적인 배려가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함께 포용하려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윤성훈
네, 디지털 시대에서 모두가 편리함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뒤처지는 이들이 없도록, 모두를 포용하는 기술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엄지민
네.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엄지민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쫓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